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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외로움, 원래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스무살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보았다.

이십대에게 해주는 담백한 조언글이었는데 글 마지막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원래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거예요."

 

이 글을 쓴 사람의 조언들은 참 알차고 유용한데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부정적이고 비관적이구나.

내가 필요한 조언들만 가져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내 삶을 잘 살아가고싶은 욕심이 가득했던 스무살의 나는 그 글을 프린트까지해서 가지고 있었다.

그 후로 다시 글을 읽어본다거나, 조언에 따라 금융상품에 가입한다거나, 건강을 잘 챙긴다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살면서 계속 생각나더라 우울했던 그 마지막 말.

원래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는 것.

살면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었을 줄이야.

 

내가 그린 그림 Seri

 

모든 좋은 것들은 순간이었고 외로움은 끝없이 계속 이어지더라.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근사한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누리고 즐긴 후.

결국 마지막엔 나는 혼자인 것 같고 외로웠다.

 

내가 이상한건가?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의구심이 들 때 항상 생각했다.

맞아! 원래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거랬어! 이런거구나!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무시했다.

나는 절대 외롭게 살지 않을거라 다짐했다.

스무살의 나는 외로움을 부정했다.

 

외로움을 느끼고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음을 깨닫고.

한동안 나의 외로움을 즐기기로 했던 적이 있다.

혼자있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 알차게 보냈다.

그런데 결국 즐겁다기보단 지치더라.

외로움을 즐긴다는건 적어도 나에겐 불가능했다.

 

지금의 나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기로 했다.

나의 외로움은 내가 평생 가져가야할 것이고,

외로움과 함께 가져갈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잘 채워가자.

이또한 마냥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일단 그러기로 했다.

 

내가 그린 그림 Seri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왜 사람은 외로운걸까?

사람은 원래 혼자이고.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잘 맞는 친구라 해도.

사랑하는 연인도.

심지어 우리 엄마, 아빠도.

내 모든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주지 못한다.

 

내가 있는 그대로 나를 표현해도 완전히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고.

상대방이 최선을 다해 공감한다 해도 나를 완벽하게 알 순 없다.

심지어 내가 꾼 꿈도 내가 기억을 못하는데 누가 나를 온전히 알까.

 

 

사람은 원래 혼자라는 것.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당연한 것.

모든 것들을 인정하고 나면 편안해진다.

 

나는 원래 혼자지만 나에겐 나를 알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을 궁금해하는 사람들.

내 감정을 헤아려주는 사람들.

나를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나와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나의 존재감을 느낀다.

외로움 위에 다른 감정과 생각들이 쌓인다.

외롭지 않다고 느낀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알아줬으면 좋겠고,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또 다시 외로워진다.

 

죽는 날까지 반복되지 않을까?

 

나의 존재,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현명하게 채워나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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